2024.04.29 (월)
[예산일보] 전국적인 심야택시 대란에 대해 정부가 대책을 내놓았지만 운전자들 사이에선 이 대책이 미봉책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. 택시노조는 더 나아가 “이용승객만 기만하는 행위”라고 비판하고 나섰다.
국토교통부(장관 원희룡)는 지난 4일 오전 심야택시난 완화대책을 발표했다. ▲ 택시부제 해제 ▲ 중형→대형 승합택시 전환요건 폐지 ▲ 법인택시 기사 ‘선운행 후자격취득’ 제도화 등이 이 대책의 핵심 뼈대다.
국토부는 또 ▲ 파트타임 근로계약 허용 ▲ 법인택시 리스제·전액관리제 등 운영형태 다양화 등의 대책도 꺼내들었다.
가장 눈에 띠는 점은 심야에 한정해 현행 3천원인 호출료를 최대 4~5천원으로 인상하겠다는 점이다.
심야택시 대란에 대해 운전자들은 손님이 몰리는 심야시간대 만이라도 운임 할증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, 국토부가 이 같은 목소리를 일부 반영한 것이다.
이에 대해 운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. 무엇보다 천안·아산 지역 택시운전자들은 이 제도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. 국토부가 이 제도를 연말까지 수도권에만 시범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.
기자가 만난 운전자 A 씨는 이 제도가 설혹 시행되더라도 부작용이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.
A 씨는 “만약 심야 호출료가 인상되면 운전자들이 심야 시간에 집중돼 이번엔 주간 시간 택시 이용자들이 택시를 잡는 데 애를 먹을 것”이라고 지적했다.
이어 “난 심야 시간 보다 주간 근무시간을 지키는 편이다. 심야 호출료가 오르면 주간 업무에 집중하려는 운전자들에게 선의의 피해를 줄 것”이라고 내다봤다.
국토부 대책에 대해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(아래 택시지부)는 한 발 더 나갔다. 택시지부는 6일 발표한 성명에서 “심야 탄력 호출료정책은 결국 심야시간 택시를 빨리 타고 싶으면 요금을 부르는 대로 내라는 정책”이라면서 “모빌리티와 택시사업주 이윤만을 극대화 시키겠다는 정책일 뿐 이용시민들에게는 택시요금 폭탄”이라고 비판했다.
구인난 빌미로 국토부 '안전장치 해제'
택시지부는 파트타임 근로계약 허용 방침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. 택시 관련 대형교통사고·도급 택시를 이용한 강력사고는 심심찮게 발생했고 이 때마다 안전장치로 택시운전자 자격 요건을 강화했는데, 국토부가 인력난을 빌미로 안전장치를 없애려 한다는 게 택시지부의 문제제기다.
호출료 인상분을 사용하는 데 대한 분명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. 운전자 B 씨는 “국토부가 아무런 고민 없이 성급하게 대책을 발표한 것 같다”고 잘라 말했다.
“이번 대책으로 매출이 늘어났다고 가정하자. 개인택시는 운전자가 다 가져가지만, 법인택시는 이야기가 다르다. 택시회사가 매출 증가를 이유로 운전자들의 사납금을 올리겠다고 하면 운전자들은 어쩔 수 없이 회사 방침을 따라야 한다. 차라리 정부나 지자체가 운전자들에게 에너지 비용을 지원해 주고 택시회사에 운전기사 복지를 의무화하면 운전자들을 충원하는 데 수월할 것”이라고 B 씨는 강조했다.
택시노조도 “호출료 인상으로 증가한 매출은 사납금, 기준금. 도급 비용을 인상시켜 사업주들 배만 불릴 것”이라고 못 박았다.
국토부는 심야택시난 완화대책을 발표하면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, 당정협의, 고위당정협의를 거쳤다는 점을 부각했다.
그러나 현장 반응은 미온적이다. 국토부가 택시운전자와 주 이용객인 시민의 목소리는 도외시한 채, 심지어 지자체와의 정책조율도 건너뛰고 그저 보여주기용 대책을 내놓은 건 아닌지 의문이 이는 대목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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